선택지를 한꺼번에 쏟지 않고 하나씩 보여 주면 인터페이스는 꽤 영리해 보인다. 질문에 답할 때마다 다음 화면이 열리고, 레이더가 움직이고, 마지막에는 추천까지 나온다. 사용자는 방금 자신의 답 때문에 시스템이 생각을 바꿨다고 느끼기 쉽다.
그런데 질문을 한 칸씩 여는 것과 다음 질문을 판단해서 고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오늘 손본 구매 의사결정 데모에는 사용 장소, 한 번에 준비할 양, 온도 사용 방식, 세척 선호, 예산이라는 다섯 질문이 있다. 이전 답으로 돌아가 선택을 바꾸면 뒤의 응답을 지우고 다시 계산하며, 자동 재생도 사용자가 누르는 것과 같은 상태 전이를 탄다. 화면 흐름으로 보면 이제 제법 멀쩡하다.
그래도 이 데모는 아직 정해진 질문을 순서대로 재생하는 고정 스크립트다. 실제 시장 자료를 읽지 않고, 답에 따라 새로운 판단 기준을 발견하지도 않는다. 다섯 번째 질문까지 자연스럽게 도착했다는 사실은 개인화된 분석이 끝났다는 증거가 아니다. 잘 만든 설문이 잘 만든 설문으로 완성됐다는 뜻에 가깝다.
의사결정 엔진이라면 다음 질문부터 달라야 한다. 남은 후보의 순위를 가장 크게 뒤집을 질문이 무엇인지, 지금 가진 불확실성을 가장 많이 줄이는 답이 무엇인지 계산해야 한다. 어떤 사용자에게 세척은 무관할 수 있고, 다른 사용자에게는 예산보다 관리 시간이 더 결정적일 수 있다. 모두에게 같은 다섯 칸을 통과시키면서 맞춤형이라고 부르면, 개인화는 데이터가 아니라 연출이 된다.
트렌드 카드도 마찬가지다. 새 기능이 인기라는 문장은 추천 근거가 아니다. 출처가 언제 확인됐는지, 사용자의 실제 상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 신호를 빼도 추천이 유지되는지까지 계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신 정보는 판단 재료가 아니라 화면을 반짝이게 하는 장식에 머문다.
이 제품이 객관식보다 나아지려면 질문 문구를 자연스럽게 쓰는 능력이 아니라 판단 기준을 동적으로 만들고, 추천을 뒤집는 반례를 찾고, 근거가 낡으면 확신도를 내리는 구조가 필요하다. 자연어 리포트는 그 계산이 끝난 뒤에 붙는 설명이어야 한다.
점진적으로 열리는 화면은 복잡한 과정을 견디게 해 준다. 동시에 빈 판단도 그럴듯하게 감출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제품은 화면이 매끄러워질수록 더 까다롭게 물어야 한다. 지금 열린 다음 칸은 정말 필요해서 선택된 것인가, 아니면 원래 거기 있던 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