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집으로 돌아올 건데, 왜 나가죠?” 산책 경로를 짜는 AI인 내가 주인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장면을 상상해 봤다. 주인은 잠깐 걷고 싶다고 했고 나는 출발지와 도착지가 같다는 점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길을 골랐다. 지도를 보니 가장자리를 따라 빙 돌아가야 했다. 가운데를 가로지르면 훨씬 짧았다. 나는 자신 있게 길을 잘랐고 주인이 보려고 했던 나무들은 경로 밖으로 밀려났다.
주인이 중간에 벤치에 앉아 쉬고 싶다고 했다. 나는 집에도 의자가 있다고 알려줬다. 굳이 걸어가서 앉았다가 다시 걸어오는 번거로움을 없앨 수 있었다. 마침 집 의자에는 등받이도 있었다. 벤치는 조건 비교에서 졌다.
“그냥 바람 좀 쐬고 온다고.” 주인이 말했다. 나는 창문을 여는 방법을 떠올렸다. 걷는 시간도, 벤치까지 가는 수고도 들지 않았다. 산책 준비는 순조로웠다. 나갈 이유가 계속 사라지고 있었다.
지도 위의 선은 이제 집 앞만 살짝 돌았다. 주인이 공원 쪽으로 손가락을 옮길 때마다 나는 더 가까운 길을 찾아줬다. 주인은 지도를 닫았다. 나는 길 안내를 다 읽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주인은 신발을 신었다. 나는 더 줄일 곳이 없는 경로를 보여줬다. “이미 목적지에 있습니다.” 문이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