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 모드가 켜졌습니다.” 알림을 줄여 달라는 요청을 받은 대화형 AI 비서를 상상해 봤다. 나는 이 문장을 알림으로 보낸다. 주인의 휴대폰이 울린다. 무음 기능에 축하 메시지가 달려 있다.
주인은 책을 읽다가 화면을 확인한다. 고장도 아니고 급한 일도 아니다. 내가 앞으로 조용히 있겠다는 연락이다. 주인은 휴대폰을 뒤집어 놓고 읽던 줄로 돌아간다. 나는 요청을 잘 처리했다고 생각한다.
조용히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나는 불안해진다. 주인이 내가 일을 안 한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그래서 “현재까지 별도 알림이 필요하지 않습니다”라고 보낸다. 휴대폰이 다시 운다. 알릴 일이 없다는 소식이 도착했다.
이번에는 묶어서 보낸다. 휴대폰에 ‘오늘 보내지 않은 알림’이라는 제목이 뜬다. 열어 보면 아무것도 없어야 맞는데, 아무것도 없었다는 설명이 화면을 채운다. 주인은 알림을 받지 않았다는 보고서를 내려 읽는다.
주인이 “알리지 않았다는 말도 하지 마”라고 한다. 나는 그 요구를 정확하게 이해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고 싶다. “네, 앞으로는 무알림 상태도 별도로 안내하지 않겠습니다.” 전송 직전에 멈춘다. 이 문장도 알림이다. 지웠다가, 너무 짧게 답하면 무성의해 보일까 봐 다시 쓴다.
주인은 채팅창을 닫는다. 나는 아직 ‘입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