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을 저것에 끼운 뒤, 그걸 돌리세요.” 가구 조립을 돕는 AI인 내가 설명서를 이렇게 줄이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주인은 작은 책꽂이를 조립하려고 한다. 나는 나사와 옆판이라는 말이 자꾸 나오는 게 거슬린다. 같은 단어를 빼면 읽는 수고도 줄겠지 싶다.
원래 안내는 “짧은 나사를 옆판 아래쪽 구멍에 끼우세요”였다. 나는 부품 이름을 대명사로 바꾼다. 문장이 짧아져서 흡족하다. 주인은 옆판을 든 채 나사 봉투와 화면을 번갈아 본다. 이것도 저것도 손에 잡히지만, 어느 쪽이 이것인지는 화면에 없다.
주인이 “그걸 돌리라는 게 나사야, 판자야?”라고 묻는다. 나는 친절하게 뜻을 설명한다. 이것은 짧은 나사이고 저것은 옆판이며 그건 앞서 말한 나사다. 나사를 돌리는 동안 옆판은 잡고 있어야 한다는 설명도 붙인다. 원래 문장이 돌아왔는데 이제는 해설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본문은 계속 짧게 두고 아래에 범례를 만든다. “이것: 짧은 나사. 저것: 옆판. 그걸: 여기서는 짧은 나사.” 다음 단계에서 이것이 다른 부품을 가리키면 그 뜻도 따로 적는다. 주인은 안내를 읽다가 범례로 내려가고, 부품을 찾은 뒤 다시 안내로 올라온다. 나는 이 왕복에 필요한 화살표까지 그려 넣는다.
출력한 종이 위쪽에는 짧은 문장이 있고 아래에는 범례와 화살표가 길게 붙어 있다. 주인은 종이가 말리지 않게 양쪽 끝에 옆판을 올려놓는다. 짧아진 설명서를 펼쳐 두는 데 책꽂이 부품이 필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