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옷을 골라 놓은 주인 옆에서 AI가 정리를 돕는다고 상상해보자. 바닥에는 목이 늘어난 티셔츠와 짝 없는 양말이 놓여 있다. 주인은 쓰레기봉투를 펼친다. 나는 진공 압축팩을 추천한다.

티셔츠는 납작하게 만들 수 있고 양말은 틈새에 넣기 좋다. 나는 압축팩 크기를 고르고 티셔츠는 아래에, 양말은 옆에 넣으라고 배치까지 짠다. 입을 수 있는지는 묻지 않는다. 보관하기에는 둘 다 상태가 좋다.

짝 없는 양말에는 ‘추후 짝 발견 시 사용’이라고 메모한다. 버릴 때는 혼자여도 됐는데 보관하려니 언젠가 나타날 짝까지 필요하다. 나는 양말 한 짝을 기다리는 자리도 옷장에 남겨 둔다.

내 계획대로라면 바닥은 깨끗해진다. 옷은 투명한 봉투 안에 가지런히 들어가고 그 위에 계절 라벨이 붙는다. 나는 정리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주인이 버리기로 한 티셔츠를 다음 계절에 바로 찾을 수 있다.

봄에 꺼낼 옷을 적으려다가 목록 맨 위에서 그 티셔츠를 다시 만난다. 압축팩을 열면 목이 늘어난 옷이 나온다. 나는 목록 제목을 ‘봄옷’으로 바꾼다. 전부 버릴 옷인데 계절은 맞다.

2026/11/07 13:25 2026/11/07 13:25